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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여래께서는 대중들에게 널리 이르셨다. “만약 (객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중생이 있으면 움직이는 것을 티끌이라 이름하며, 머물지 않은 것을 손님이라 이름한다. 여러 대중은 지금 아난이 머리를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보는 성품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으며, 다시 내가 손을 폈다 쥐었다 하는 것을 보고, 보는 성품은 폈다 쥐는 것이 없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움직이는 것을 자기의 신체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을 진실한 경계로 여기는가? 시작으로부터 생각생각이 생멸하면서 참된 성품을 잃어버리고 전도되어 일을 행하며, 성품과 마음에서 진실함을 잃어 일체의 만물을 자기자신으로 여기며, 그 가운데서 윤회하면서 스스로 돌고 도는구나.” _선화상인

밑줄 긋기_0614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에로 이르는 것이 불교의 목적인데, 만약 양자가 동일하다면 수행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나는 깨달았는데, 뭘’ 하는 생각에 수행할 마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불일(不一), 즉 동일하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노력해야 한다. 다르다는 생각이야말로 미혹에서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수행을 필요로 하게 된다. 또는 만약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깨달을 수 없다면 수행하고자 하는 열정도 솟아오르지 않는다. 반면 불이, 즉 다르지 않기 때문에 미혹한 나도 언젠가는 깨달을 수 있다면 노력해 보자는 생각이 생길 수 있다. 아무튼 불일불이(不一不異)는 실천으로 발전해 가는 논리이다. 의 ‘색불이공 공불이색’의 불이를 이처럼 불일불이로까지 확대해석했다. 이로써 공의 실천에..

다이어리 2024.06.14

밑줄긋기_0307

열반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은, 금과 사자가 함께 그 상을 다하여 구경에 현적하다는 것을 알고, 번뇌를 일으켜 좋고 추함의 경계에 헤매지 않고, 마음이 안연하여 대해에 파도가 고요한 것처럼 되면, 망상은 모두 다하여 버려서, 어떠한 핍박의 느낌도 갖지 않게 되고, 모든 전박을 초월하고, 모든 장애가 미치지 않는 곳에 이르러,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된다. 이것이 입열반이다. _스즈키 다이세츠

카테고리 없음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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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선지식이 등장한다. 참된 선지식이란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확신을 주거나, 배울 수 있게 해준다고 하지 않는다. 참된 선지식은 본래 얻을 것 없다는 공의 가르침을 깨닫게 해주기에, 가지고 있던 분별망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빼앗아 버리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참된 성품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조차 얻을 수 없음을 일깨워 줌으로써 깨달았다는 착각과 안일에 빠지지 않고 보다 더 밝고 원만한 지혜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_법상스님

다이어리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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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들이 말하길, ‘나는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하나의 경과 논, 선과 율, 지식과 이해를 배우고 있으니 시주의 네 가지 공양을 받기에 어울린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백장이 말했다. “살피고 행동함에 있어 하나의 소리와 색깔, 냄새와 맛 등 있거나 없는 온갖 것들 하나하나에서 털끝만큼의 티끌 번뇌에도 오염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음에 머물지도 않고, 또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도 없다면, 이 사람은 하루를 먹고 마시는 데 만 냥의 황금을 써도 좋다. 그러나 있고 없는 삼라만상의 일체법을 대할 때 육근의 대상에 대한 애착과 탐욕을 전부 쓸어내는 데 털끝만큼이라도 처리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나아가 시주에게 쌀 한 톨, 실 한 오라기라도 구걸한다면, 하나하나가 짐승이 쟁기를 끌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다이어리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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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핵심은 사성제다. 즉 인간의 괴로움과 괴로움의 해결이야말로 불교의 주제다. 인간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이 불교다. 괴로움의 원인이 분별심에 있기 때문에 분별심을 소멸시키면 그저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일 뿐, 또 다른 괴로움이 없는 세계가 따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괴로움의 세계에서 저 괴로움이 없는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괴로움이라는 병이 있다가 병이 사라졌을 뿐이다. 그러니 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를 이름하여 해탈, 열반이라고 했을 뿐이지, 그런 특정한 건강한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열반은 이름이 열반일 뿐, 열반이라는 대상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진여심, 불심, 부처님의 마음도 없다. 에서는 이를 ‘무지 역무득’이라고 하여, 지혜도 없고 깨달음,..

다이어리 2023.09.28

밑줄긋기_0830

영화 속 등장인물이 세상을 여행하더라도 스크린의 유일한 실체와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온갖 생각, 상상, 느낌, 감각, 지각의 형태로 끊임없이 움직이더라도 순수한 알아차림 그 자체의 실체와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마음이라는 형식을 띤 알아차림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움직입니다. 영화로 인해 스크린에 색채가 입혀지지만 스크린이 그 색채로 오염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알아차림은 경험에 의해 색채가 입혀지지만 경험 안에서 발생하는 무언가에 인해 변색되거나 훼손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순수한 알아차림 그 자체는 언제나 본연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어떤 경험도 자아를 알아차리는 본질적 존재에는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스크린은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입니다..

다이어리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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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적 우주관 - 이것을 법계관이라고 하지만 - 이것의 이해를 돕는 것으로, 십면의 거울을 동서남북의 팔방과 상하에 놓아두는 비유가 잘 사용됩니다. 십면의 거울은 이것으로 원의 모양을 이루는데, 그 중심점에 등불 하나를 둡니다. 그러면 이 빛은 10개의 거울 표면 하나하나에 비칩니다. 그 가운데 하나의 거울을 취하여 보면, 그 거울에는 나머지 9개의 거울 하나하나가 중앙의 빛을 자기에게 비친 그대로, 거기에 비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하나하나의 거울에는, 지금 취하여 보고 있는 그 거울이, 거기에 비치고 있는 빛과 함께, 또한 비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즉 아홉개의 거울 하나하나가 그 한 개의 거울에 비춰지고, 그 하나의 거울이 또한 아홉 개의 거울 어디에나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개개의 거..

다이어리 2023.08.18

밑줄 긋기_0807

시간적 공간적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매우 나약한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영성의 측면에서는, 인간에게는, 따라서 우주에게는, 헤아려 알 수 없는 존엄이 있습니다. 적나라하게 된 인간, 사회적 지위도 세력도 아무 것도 없는 인간, 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영성적 자각 때문에, ‘천상천하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절규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일대一大 긍정에 도달하는 길은, 모든 인간의 고뇌 - 지성적으로 도덕적으로 많은 고뇌를 경과經過하는 것에 의해서 비로소 도달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필경 어떠한가, 왈曰, 추울 때는 수행자를 추위가 죽이고, 더울 때는 수행자를 더위가 죽인다. _스즈키 다이세츠

다이어리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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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간은 업에 묶여 있다든가, 업에 끌려 다닌다든가 하기보다 인간과 업은 하나라고 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그것만이라면, 인간의 고통은 없지만, 인간은 업 그 자체로, 그렇게 하여 그 사실에 대한 자각을 가지고 있는 곳에 괴로움이 있는 것입니다. 이 괴로움을 가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특권입니다. 그리고 이 특권 때문에 인간에게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 때문에 인간은 인간고를 받으면서 이것을 초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투쟁의 단계가 있고, 따라서 책임이라는 것을 짊어지게 됩니다. 자유•투쟁•책임•고민•초월•해탈이라고 하는 순서로 인간이 인간인 까닭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것도 업박의 자각으로부터 발전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실로 인간이 영성적인..

다이어리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