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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기_0629

탈해석의 정신분석은 주체로 하여금 자신만의 정신분석 이론을 재발명해내도록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주체는 정신분석적 지식들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검증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해방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주체는 자신을 가르친 타자의 지식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체는 그것들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재해석하고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들을 가지게 됩니다. 정신분석을 재발명한다는 것은 과거의 정신분석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너머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함축합니다. _ 신한석

다이어리 2023.06.29

Let it flow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 pp. 284-304 「쾌락원칙을 넘어서」中 발제 : 2023/06/18 하정혜 반복, 사라진 기억의 재생품 기억해 낼 수 없는 것이 바로 억압의 본질적인 부분일 수 있다. 그는 억압된 자료를 의사들이 말하듯이 과거에 속한 것으로 대신, 그의 동시대적 경험으로서 그것을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재생품들은 항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그것에서 파생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항상 전이의 영역 속에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 속에서 활성화된다._p.286-287 억압된 것은 되돌아온다. 지금 여기에,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반복된다. 반복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억압이 일어난 시점은 지나간 과거로 저 멀리에 있지 않고, 반복하는 자의 고통 속에 생생한 현재가 된..

무의식의 매뉴얼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 pp. 194-214 「무의식에 관하여」中 발제 : 2023/05/12 하정혜 무의식 조직과 전의식 조직 프로이트에 의하면, 무의식 조직은 휴지休止 상태에 있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 무의식 조직은 그 파생자를 통해 계속 존속되고, 전前의식 조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무의식 조직에 소속된 본능 충동의 파생자들은 의식 조직에서 획득한 모든 것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의식 조직의 형성체와 전혀 구분이 안 된다. 그렇지만 전의식 조직에 속한다 하더라도 무의식 조직에 속하는 무의식의 파생자에는 신경증 환자의 환상 또는 정상인의 환상, 그리고 대체 형성물이 있다. 이 파생자들은 의식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제조건을 필요로 하며, 전의식의 상당 부분은 무의식에서..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에크리>로부터

리비도는 성적 본능이 아니다. (중략) 리비도가 성적인 것으로 물드는 것에 대해 프로이트는 리비도의 본성의 가장 내밀한 곳이 물든다고 단호하게 주장하는데, 그것은 공백-의-색이다. 갈라진 틈으로 들어오는 빛 속에 감도는 색 말이다. _자크 라캉, p.1005~1006 정신분석에서 리비도 개념은 흔히 성적 본능, 성충동의 대명사로 쓰인다. 분석을 통해서 무의식에 억압된 성적 본능을 발견하고 직접적으로나 승화적으로 욕망의 실현을 검토하도록 이끄는 실체적 가이드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라깡의 난해하기로 유명하며 또한 유일한 저서인 에서 발견되는 위 문장은 리비도의, 전혀 다른 시니피에를 말하고 있다. 문장 그대로 그것이 성적인 것으로 ‘물드는’ 어떤 것이라면, 물들여지기 이전의 어떤 상태로서의 리비도 개..

거울 속의 거울, 경계 지우기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 pp. 108-130 중 발제 : 2023/04/08 하정혜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해설서가 아닌 그의 원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가운데 하나는 그가 그물처럼 연결되어 펼쳐지는 여러 ‘가설(아마도 경험과 직관에 따라 도출한)’에 의지하여 이론을 전개해나가고 있음을 곳곳에서 밝혀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이러한 가정과 가설의 총체라 한다면, 그의 이론의 모든 세부사항들이 현대과학에 편입되기 위한 근거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는 인간 정신활동의 구조를 밝혀내려는 단 하나의 목표에 평생 동안 집중하여 천착했다. 그 결과물로 현재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그의 저작에서 를 다룬 논문의 중후반부를 살펴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상블랑, 혹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욕망은 법이다. 정신분석 경험에 의해 드러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도착증, 즉 욕망이 법의 구성, 다시 말해 법의 전복으로 출현하는 곳에서조차 욕망은 법의 지지대라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가 도착증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제약 없는 만족으로 바깥에서 출현하는 것이 사실은 방어이자 어떤 법의 실천적 사용이라는 점이다. 요컨대 도착증자는 자신의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주이상스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_ 1963년 2월 27일 세미나에서, 라깡 법이 욕망을 금지할 때, 금지는 폐기할 수 없는 욕망을 생산하며 욕망은 다시 새로운 차원의 법으로 쓰여진다. 법은 욕망을 금지하여 그 힘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욕망을 재구성하여 더욱 강력한 흡인력으로 존재를 압박해오..

나르시시즘과 대타자의 극복에 대하여

살불살조.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 부처의 이름도 허깨비와 같고 백천선지식의 천만가지 가르침도 남의 살림이다. 오로지 자기 안에서 건져올리고 지금 이순간 드러내야 한다. 경전 속 부처의 말이 아닌, 선어록의 조사 법문이 아닌, 자기의 몸과 마음과 행위로써 경험하고 체득해야 한다. 그것만이 자기 안에 본래 갖춰진 부처를 가린 허물을 벗겨내고 진아로써 현존하는 일이다. 말과 생각으로 지은 허구의 감옥을 깨뜨리고 일체 존재가 있는 그대로의 연기실상 그 자체임을 바로 보는 불교의 수행법으로 조사선, 간화선이 있다. 말과 생각이 끊어진 언어도단이라는 길 없는 길을 찾는 여정에서, 역설적이지만 언어는 깨달음의 수단이 된다. 깨달은 자, 법맥을 이어온 조사들의 선법문을 전하는 스승과..

그러므로, 남근은 없다

*불교와 프로이트/라깡 정신분석을 연결하는 탐색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연기緣起. 인연因緣하여 일어남이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은 없다. 인에 연을 지어 일어난 것에 이름을 붙여 나, 또는 너라고 부른다. 인과 연의 마주침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대상은 존재할 수 없다. 나와 너의 마주침 없이 대상은 생겨나지 않으며, 대상이 있음으로 해서 나 또한 있다. 대상이라는 개념이 생성되면서 대상의 반대편에 나라는 개념이 생겨난다. 작다는 관념이 크다는 관념을 만든다. 관념이 제한한 프레임에서는 나를 확인하기 위해 대상을 필요로 한다. 욕망의 작동 이전에, '나'를 성립시키는 존재로서 대상은 요구된다. 상대항으로 연결된 것들의 일어남과 사라짐, 그리고 그 무한하며 혼돈한 반복, 이것이..